미혼의 대전 사람이 서울 공공기관에 취업했을 때, 집 구하기

지방러가 서울 한복판에서 취업했을 때, 가장 합리적인 주거 전략은 무엇일까?


내가 사랑하는 S가 어린이대공원역 인근에 있는 공공기관에 취직을 하게 되어, 겸사겸사 합리적인 주거 전략을 고민해보았다.

현재 S의 상황은 다음과 같다.

  • 현재 무주택자 신분 (생애최초)
  • 소득이 높지 않고, 축적 자산도 많지 않아 정책 대출 활용 가능
  • 공공기관에 취업 예정이므로, 30년 이상 장기근속을 통한 안정적인 현금흐름 예상
  • 수도권에 연고가 없어 선호 지역은 없고, 직주근접 최우선 고려 (해당 공공기관은 어린이대공원역 인근에 위치)

현재 고금리로 인하여, 주택 가격이 크게 하락하였다. 최근 특례보금자리론으로 인하여 주택 가격이 소폭 반등하였으나, 아직까지 고점 대비하여서 30% 가량 하락해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 좋은 물건을 매수한다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시장상황과는 별개로 디딤돌대출의 자격이 된다면, 이를 최대한 이용하면 다른 사람에게는 비합리적인 물건이, 우리에게는 합리적인 물건이 될 정도로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나도 개인적으로 과거에 소득 및 자산이 적을 때, 디딤돌 대출이나 보금자리론을 활용하지 못한 것이 굉장히 아쉬웠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를 최대한 활용하여 조언하고자 한다.

디딤돌대출 조건에 해당하는지를 알아보면 모두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 디딤돌대출에서 부족한 금액은 보금자리론까지 활용할 수 있으므로, 최대한 저금리 정책 대출을 활용하여 주택을 확보하도록 한다. 디딤돌대출을 1인 가구가 받는 경우, 30세 이상, 연소득 6천만원 이하, 순자산 5.06억 이하, 신용등급 350점 이상의 조건을 만족하면 된다. 또한, 1인 가구의 경우 주택 가격은 최대 3억으로 제한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이 계획을 수행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이슈가 있었다.

  1. 소득 증빙이 있어야 대출이 가능한데, 입사전이므로 증빙이 어렵다.
  2. 디딤돌대출는 기본적으로 LTV가 70%인데, 자체 현금이 어느정도 필요하다.
  3. 출퇴근이 용이한 서울 지역에 3억원 이하의 주택을 구하기가 극도로 어려울 것이다.

1. 디딤돌대출을 위한, 소득 증빙은 언제되는가?

일단 소득 증빙과 관련해서는 '30일 만근이 포함된 급여명세서'가 있어야된다라고 결론이 났다. 9월10일이 입사일이라면, 9월25일에 나오는 급여명세서로는 소득 인정이 안되고 10월25일에 나오는 급여명세서로 소득 인정을 받아야 한다. 디딤돌 대출에 심사가 2-3주 걸리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입주가 가능한 날짜는 11월 마지막주 정도가 가장 빠를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매수 스케쥴을 판단할 때만 고려하면 된다.

2. 현금은 얼마가 필요한가?

1인 가구가 매수할 수 있는 3억원 주택을 기준으로 계산을 해보자. 디딤돌대출의 LTV는 기본적으로 70%인데, 생애최초의 경우 80%까지 상향해준다. 따라서 최대 대출가능 금액은 2억 4천만원이다. 그러나 1인 가구인 경우, 대출 최대 금액이 2억원으로 제한되어, 현금이 1억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다른 정책 대출인 '특례보금자리론'을 활용하면, 금리가 소폭 높지만 LTV 80%까지 최대 한도로 채워넣을 수 있다 (올해까지는 DSR도 보지 않음). 따라서 최종적으로 필요한 금액은 다음과 같다.

  • 매수가: 3.0억원
  • 대출액: 2.4억원
  • 현금(매수): 6,000만원
  • 취득세: 100만원 (매수가의 1%이지만, 생애최초 주택은 200만원을 공제)
  • 현금: 6,100만원 (소액의 인지세 등 제외)

3. 실질적으로 매수할만한 주택이 있는가?

사실 실제 3억 미만으로 서울에 매수할만한 주택이 있는지가 핵심이다. 취업한 공공기관이 어린이대공원, 성수역 사이 쯤에 있기 때문에 상당히 상급지라서 매수가 3억 이내로 쓸만한 주택을 찾기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었다. 특히 실거주를 전제로, 아래와 같은 조건을 만족시키는 주택을 찾고자 했다.

  1. 매수가 3억원 이내 (매물 검색시, 협상을 감안하여 3.3억원까지 포함)
  2. 빌라는 제외하고, 거래가 잘 될 수 있는 50세대 이상의 소형아파트 (거래가 활발한 곳)
  3. 원룸이 아닌, 투룸 구조 (2명 이상 거주 가능)
  4. 준공 10년 이내 준신축으로 건물 컨디션이 좋은 곳 (쾌적한 실거주)
  5. 뷰가 뚫여있는 남향으로 햇빛이 잘 드는 곳 (되도록 고층)
  6. 강남역으로 출퇴근이 편한 곳

사실 까다로운 조건이기 때문에, 이를 만족하는 주택을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찾아보면, 또 완전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단지가 있는 아파트는 어려웠고 나홀로 아파텔 스타일의 신축 건물들은 많지는 않지만 찾을 수 있었다. 내 생각에는 디딤돌대출이 영원히 3억원으로 제한이 걸려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고, 어느 시점에 3억원 이상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3억원 이내로 매수할 수 있는 주택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도 있었다. 추가로 S는 평생직장을 구했기 때문에, 장기보유 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확실히 서울에 투룸 소형 아파트는 희소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전세/월세가 굉장히 잘 빠지고 전세가율도 매우 높은 부분을 확인해서 리스크는 거의 없다고 판단하였다.

화양사거리 일대의 3억 미만 투룸 남향 주택

화양사거리 일대의 3억 미만 투룸 남향 주택

이러한 관점을 가지고 올해 안으로 첫 주택을 디딤돌 대출로 매수해보려고 한다. 어차피 첫 주택에 평생 거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현재의 주식 하락장에서 열심히 투자를 하여 몇년 후에 더 좋은 주택으로 옮기면 된다고 생각한다.

Q&A

나중에 이사갈 때, 매도가 안되면 어쩌나?

전세를 주고 대출을 전액 상환한뒤, 새로운 주택을 매수하는 것이다. 인근 준신축 투룸 이상 주택들의 전세가율이 70%를 넘기 때문에, 실거주하면서 대출을 조금씩 갚아나가면 이사할 때 대출을 바로 상환하고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사갈 떄, 꼭 주택을 바로 팔고 가야된다는 생각은 무주택자들이 흔히 하는 큰 실수이다. 소형 주택은 세금도 많지 않아서, 다주택자가 되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주택 시장이 활황기라서 더 높은 가격에 매도가 가능하다면 더 이득일 수 있다. 그러나 디딤돌 대출이 워낙 저금리라서 새로운 대출이 필요한게 아니라면 디딤돌대출은 유지하는게 더 좋다. 특히 전세/월세로 이사를 갈 예정이라면, 디딤돌대출로 매수한 주택을 매도할 이유는 없다. 나는 이러한 상황에 따른 대처 옵션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1주택자는 매도를 하고 이사를 갈지, 현재 주택을 유지하며 이사를 갈지에 대한 '선택권'이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더 용이하다.

매수를 하는 것보다 월세를 사는게 이익 아닌가?

매수를 하면 두가지 이득이 있다.

  1. 주택장기저당차입금 소득공제 혜택이 있어서 세금을 절세할 수 있다. 사실 나라에서 주택을 보유하면,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대놓고 홍보하는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몰라서 안타깝다. 이 정책은 대출을 받아서 주택을 사라는 국가의 의도가 담겨있고, 소득공제 형태로 주어지기 때문에 고소득자일수록 혜택이 더 크다. 심지어 공시가격 5억 이하 주택은 모두 가능하여, 꽤 비싼 주택도 혜택을 준다.

  2. 두번째는 금리차로 인한 아비트라지이다. 현재 기준 금리의 영향을 받는 국내 예금 금리는 4%대 수준까지 상승했는데, 디딤돌대출의 금리는 2%대가 가능하다. 약 2%의 금리차를 이용한 무위험 차익이 생긴다. 실제 월세는 시중 금리(기준 금리 연동)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실제로 현재 검토중인 한 주택을 기준으로 3억원에 매수했을 때, 월세는 약 120만원이지만 한달 상환금은 82만원 밖에 나오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집을 매수한 사람의 매달 지출액이 훨씬 적다는 것이다 (최근 금리 인상으로 황당한 수준의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 이 금액은 원금 상환까지 포함한 금액이며, 30년 동안 1원도 증가하지 않는다. 월세는 앞으로 30년 동안 얼마나 오르게 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4억원을 2.5%에 빌렸을 때, 상환 스케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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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중 은행의 최고 예금 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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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최초' 혜택을 여기에 날리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

주택 매수할 때, '생애최초' 혜택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취득세 200만원을 감면해주는 것과 대출 한도를 10%p 정도 늘려주는 것이다. 전자는 정액이기 때문에 빨리 쓰는게 유리하고, 후자는 나중에 더 고가 주택을 취득할 때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고가 주택에서 대출 한도를 늘리는 것은 추가적인 리스크도 키우는 행위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더 일찍 쓸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빨리 쓰는 것이 더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유주택자되면 청약 기회 날아가잖아?

대부분의 무주택자는 청약이 되어도 매수할 수 있는 현금이 없다 (주요 도시의 청약은 수억원의 현금 필요). 이미 청약에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은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거나, 부모님이 지원해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아주 고소득자 또는 보유 현금이 많은 사람 빼고는, 가능성이 1%도 되지 않는 청약을 기다리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