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습 도중 깨달은 머리 속의 잡념을 없애는 방법
뇌의 유휴 자원을 제거하기
피아노 연습을 하다가 매번 머리 속에 잡념이 들어와서 집중이 잘 안되는 경우가 있다. 피아노를 치는데 무슨 딴 생각이 들 수 있냐고 할 수도 있지만, 한 곡이 근육 기억(Muscle Memory)으로 넘어간 이후에는 머리에 유휴 자원이 생겨서 집중력을 잃으면 자꾸 다른 생각이 머리 속에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피아노 한곡을 연주하고, '내가 조금 전에 온전히 이 노래만 생각을 했는가?'라고 되묻는다면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간다. '이 연습실은 온도가 좀 춥네.', '이따가 점심은 뭐 먹을까?', '조카 보고 싶다'와 같은 생각들이 끊임없이 스쳐간다.
이러한 잡념을 방지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았지만, 잡념을 완화시켜줄 뿐 결정적인 효과는 없었다. 아무런 외부 소음이 없는 개인 피아노 연습실을 가보기도 하고, 다른 잡념이 없는 기상 직후의 시간을 이용해서 피아노 연습도 시도했다. 그러던 중 설날 마지막 연휴인 오늘 아침 일찍 고요한 개인 피아노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다가, 문득 해결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해결책은 바로 뇌의 유휴자원을 제거하는 것이다. 피아노 곡을 연습하며 처음 악보를 보고 연습할 때에는 잡념이 확실히 없다가, 손에 익고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잡념이 시작된다. 피아노 연주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옆사람이랑 대화를 하면서 피아노를 치는 상태'가 되는 것인데, 이러한 상태는 머리에 유휴자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잡념이 계속 생기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상태에성머리의 유휴자원을 제거할 수 있다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머리에 유휴자원을 제거할 수 있을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내가 뇌과학 전문가는 아니지만, 경험적으로 뇌에 행동하는 뇌(피아노/운동)와 생각하는 뇌(잡념/언어)가 분리되어 각각 어느정도는 따로 동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쉽다. 바로 생각하는 뇌의 유휴자원을 '행동'에 묶어두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음악에서는 꽤나 쉽게 할 수 있다. 바로 '허밍'을 하면 된다. 다시 말해 '허밍'하면서 피아노를 치면 된다. 허밍을 하면서 피아노를 치면 뇌의 생각하는 부분은 허밍에 집중하게 되고, 피아노를 치는 부분은 뇌의 행동하는 부분이 담당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뇌의 생각하는 부분의 유휴자원을 제거할 수 있게 된다. 오늘 아침에 해보니, 노래를 허밍하면서 피아노를 치니까 머리 속의 잡념이 사라지고, 피아노에 100% 집중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효과적이 었다. 다만, 허밍이라는 행위도 근육 기억에 저장되어 허밍을 하면서도 잡념이 떠오르는지에 대한 자기 검증은 필요할 것 같다.
이 해결책을 떠올리며 '글렌굴드'라는 유명 피아니스트가 떠올랐다. 이 피아니스트는 '중얼중얼'하면서 피아노를 치는 것으로 유명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음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서 그렇게 했다라고 하는데, 내 생각에는 피아노 연주에 잠념 없이 온전한 집중을 하는데도 효과가 있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다. 1982년에 운명을 달리해서, 직접 물어볼 수는 없지만 그의 훌륭한 연주와 연관성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금 다른 분야이기는 하지만, 듀얼 코딩 이론과 영어 쉐도잉을 더 살펴볼 필요도 있다. 듀얼 코딩 이론은 뇌의 입력에 2가지 채널을 동시에 활용하는 것이고, 영어 쉐도잉은 입력과 출력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식, 그리고 위에 내가 설명한 해결책은 출력에 2가지 채널을 동시에 활용하는 개념으로 보인다. 학창시절에 자주 보였던 '깜지'와도 개념적 유사성이 있는 것 같고... 이쯤되면 분명히 누군가가 이미 연구를 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나중에 여유 시간이 생기면 더 깊게 탐구를 해봐야겠다.
(추가) 비슷한 논리로 운동하면서 하나, 둘, 셋 등을 소리내거나 기합을 내면서 하면 집중이 더 잘 되는 효과가 있다.